한 걸음씩 순종하는 믿음과 용기

감사한인교회
김영길 목사 
2016-02-07 
여행은 세 번의 기쁨을 준다고 합니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기쁨, 여행하는 동안의 기쁨, 여행한 후에 회상하는 기쁨입니다. 여러 달 전부터 여행의 일정을 세워놓고, 여행지의 기후와 생활과 역사를 알아보며, 여행의 수단과 머물 곳을 예약하는 재미는 실제의 여행 못지않게 우리를 즐겁게 해줍니다.
인생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대한 밑그림 위에 굵직한 목표들을 설정하고, 중간 중간에 자세한 색인(索引)을 달아가면서 완벽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살아갑니다. 물론 삶이 우리들의 생각처럼 되지 않아 자주 수정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그런데 전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여준 땅”도 아니고 “보여줄 땅”입니다. 여행의 목적지도 없고 일정표도 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식의 명령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순종하며 여행을 떠났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의 심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 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믿음으로 그가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약속의 땅에 거류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 및 야곱과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그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라.”(히브리서 11:8-10)
막무가내로 떠나라고 하신 하나님도 대단하시지만 물어보지도 않고 떠난 아브라함도 대단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게 매일 한 걸음씩 남쪽으로 인도해가시던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에 이르렀을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창세기 13:14-15)
때때로 우리가 아브라함처럼 “갈 바를 모른 채” 걸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루를 살고 난 후에 우리는 내일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선택들(options)을 놓고 기도합니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그 중의 한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인도하시기도 합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절대 선하심에 대한 믿음과 순종의 용기입니다. 그렇게 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너의 눈을 들어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네게 주리라”하시는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