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자식

베델한인교회
김한요 목사 
2015-11-27 
이번 추수감사절 휴일에 온 식구가 “좋은 공룡: The Good Dinosaur” 디즈니 영화를 같이 관람했습니다. 막내딸에게 수준을 맞추어 본다고 만화영화를 같이 보았는데, 우리 모두 가슴 울리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영화적인 구성력은 이전 디즈니 영화처럼 짜임새와 그 논리적인 전개의 긴장감에는 못 미쳤지만, 관객들의 공감대를 놓치지 않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집안의 막내로 늘 하는 일이 시원치 않았던 알로(Arlo: 공룡이름)를 아버지가 훈련시키는 도중, 불의의 재난으로 아버지를 잃게 되고 그 후, 알로 역시 강물에 빠져 정신을 잃고 한없이 떠내려갔다가 구사일생하고, 집을 찾아 올라가는 길에서 겪는 갈등을 통해서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그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같이 다가왔습니다. 특별히 집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만나 스폿(Spot)이라는 한 소년과의 우정은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가족을 찾은 스폿과의 이별이었습니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걸었던 알로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드디어 가족을 찾은 스폿을 보내는 장면은 슬프다 못해 아픈 마음에 눈부신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습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보는 세팅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라 더욱 그랬는지 모르지만, 가족은 붙박이 환경같이 늘 옆에 있는 것 같지만, 잃어버리게 되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옆에 두 아들이 함께 앉아서 관람했는데, 저는 두 가지 면에서 놀랬습니다. 첫째, 자기들이 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을 텐데, 막내동생을 위해서 만화영화를 같이 보러온 점이며, 둘째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공룡을 보면서 아이들이 내 생각을 해준 것에 대해 놀랬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무뚝뚝하게 지내는 것 같은 멋없는 두 아들이 아버지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가족들에 대한 연민도 느끼면서 최근 아버지를 여읜 자기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이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드는지 아이들과 얘기하면 좋고, 같이 모여 앉아 식사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말이 통하기 위해서 풋볼도 열심히 같이 보면서 아는 척 떠들고, 내가 해도 되는 심부름도 자꾸 아들들을 시켜서 가져오라고 합니다. 게임 본다고 싫다고 해도 억지로 시킵니다. 그냥 그 말이라도 자꾸 해서 말을 걸고 싶은 아버지의 심정이랍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도 그래서 나에게 자꾸 말을 거나 봅니다. 내가 귀찮아도 자꾸 새벽에 깨우시나 봅니다. 나 바쁘다고 해도, 사역들을 그냥 순조롭게 하지 못하도록 자꾸 성가신 일들을 만드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신과 얘기 좀 하자고 자꾸 말을 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귀찮아해도 물심부름 억지로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자꾸 말을 거는 제 모습 속에, 오늘도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의 무릎을 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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