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극복하기

감사한인교회
 
 
2015.07.04

일반적으로 두려움은 막연한 불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불안감을 일으키는 근거를 먼저 파헤쳐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두려움은 연기처럼 사라지게 됩니다.
이번에 한국여행을 다녀온 뒤로 가벼운 배탈이 났습니다. 여행 중에는 음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데 모처럼 고향교회에서 설교한다는 생각에 흥분했던지 부주의하게 먹고 마시다가 얻은 배탈입니다.
지난 목요일에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배탈 약을 살 때에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한다는 점이 좀 번거롭기는 합니다. 담당의사가 나의 의료기록을 보더니 ‘PCV13’이라는 폐렴 예방주사를 맞아야겠다고 권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이전에 싫어하던 주사도 망설이지 않고 맞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사약물이 근육 사이로 퍼져 가는데 톡 쏘는 듯 한 통증이 왔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서 주사 맞은 근육 부위에 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잠을 설칠 정도로 어깨가 아팠습니다. 금요일에는 몸살 기운이 살살 들어오기 시작하고 배탈도 더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미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체온계로 재어보니 99.9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노광조 목사님에게 급히 설교를 맡기고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느낌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메르스 증상인가?“
메르스 증상은 설사와 고열, 그리고 기침을 동반한다고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설사는 아니지만 배탈이 났고, 기침은 나지 않았지만 열이 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엉겁결에 마스크를 썼습니다. 제 아내가 제 모습을 보더니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져 갔습니다. 마침내 저녁에는 홀로 아래층에 내려와서 소파에서 잠을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몸의 느낌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 때 제 딸이 혹시 어제 맞은 예방주사의 부작용일지도 모르니 찾아보겠다며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리고 소리쳤습니다. “아빠, 예방주사 부작용이야.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은 미열이 나고 20명 중의 한 사람은 102도 이상의 고열이 난데. 걱정 마.” 그 때서야 병원에서 준 종이를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도 그렇게 써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소파에서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체온이 정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지만, 두려움을 심어주는 불안은 정면 돌파하여 그 정체를 들추어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나마 두려움에 놀아났던 생각을 하니 가족들 보기에도 좀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