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인교회
김영길 목사
2016-09-04
캄보디아에서 현지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마태복음을 가르치고 있을 때에 카톡이 왔습니다. 우리 기도원이 있는 지역에 불이 났는데 그 불길이 너무 거세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기도원 건물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돌아와서도 한 주간 동안은 기도원에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네에 사시는 몇 분들이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면서 건물이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지난 주 초에 노광조 목사님으로 하여금 다녀오시게 했지만 소방대원들이 아예 그 지역에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그냥 돌아오셨습니다. 궁금증만 더해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주일 오후에 우리는 조국의 통일과 미국을 위한 기도회를 갖기 위해 기도원에 올라갔습니다. 건물만 남겨놓고 주변이 다 탔다는데 어떤 모양일까 궁금했습니다. 15번 프리웨이와 215번 프리웨이가 만나는 지점부터 왼쪽 산들은 완전히 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15번 프리웨이에서 138번 지방도로에 들어서니 좌우가 전소되고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많던 좌슈아 트리(Joshua Tree)가 검정색 기둥이 되어 앙상하게 서있었습니다. 우리 기도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며 올라갔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기적이었습니다. 기도원의 건물 세 동은 안전했습니다. 건물 옆에 있는 큰 소나무 네 그루도 무사했습니다. 야외에 설치된 LPG 개스통도 무사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도원 주변의 80% 이상이 완전히 불에 탔습니다. 우리가 이사 가기 전에 동네 사람들이 골짜기에 갖다 버렸던 수십 개의 타이어들은 흔적도 없이 다 타버렸습니다. 그 많던 좌슈아 나무들도 다 탔습니다. 누군가 와서 깨끗하게 청소한 듯이 다 타버렸습니다.
더 큰 기적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지은 기도원 건물의 동남쪽 처마 밑에 좌슈아 트리 수십 그루가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처마 끝과 나무 꼭대기 사이에는 불과 2미터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무들은 다 탔는데 처마에는 그을림 하나 없었습니다. 그것도 건물 쪽에 있는 나무들은 새까맣게 타고 그 반대편은 오히려 불길에 노랗게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무들의 동쪽을 먼저 태우고 건물로 옮아 붙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건물쪽 나무들이 먼저 탔습니다. 아마도 천사가 건물과 나무들 사이에 서서 불길을 막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그랬으리라는 강한 확신이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무서운 불길에서 이 건물을 보호해주셨을까, 생각하는데 제 마음 속에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집은 내 백성들이 와서 기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의 기도회는 특별히 더 뜨겁고 은혜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