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17 추천 수 0 2014.03.02 06: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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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유채, 98×79cm, 1669년,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스웨덴.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는 세상을 떠나던 해에 ‘시메온의 예언’을 그렸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아기를 양팔에 조심스럽게 안고서 무슨 말을 하는 듯하다. 그 옆에는 어둠속에서 한 여인이 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한 노인과 아기 예수의 극적인 만남은 마리아와 요셉이 정결례를 치루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을 때 이루어졌다.(루카 2,22) 유대교 예식에 의하면 남아를 낳은 산모는 40일이 지나면 성전에 가서 정결례를 치르게 했다. 예루살렘 성전에 머물면서 구세주와의 만남을 갈구하던 시메온 예언자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감격스러워한다. 그저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던 늙은 예언자는 그 소망을 훨씬 뛰어 넘어 구세주를 자신의 품에 안은 것이다. 눈이 먼 것처럼 보이는 예언자는 육안이 아니라 심안으로 또는 영안으로 아기 예수의 정체를 꿰뚫어본다. 시메온은 양손으로가 아니고 그야말로 “두 팔로 예수 아기를 안고 있다.”(루카 2,28) 그는 자신의 손으로 구세주를 만지기에는 부당한 것처럼 느껴 손이 아니라 팔로 아기 예수를 받쳐 들었는데 이것은 그의 겸손한 삶을 드러낸다. 그가 가지런히 모은 양손은 기도하는 모습이다. 시메온 옆에 있는 젊은 여자는 성모 마리아인지, 아니면 태어나고 죽은 인간의 운명을 직시하는 관람자인지 불분명하다. 시메온은 아기 예수를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9-32)지난 주일은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도 교중미사에 아기들이 많이 참석했다. 부모의 품에 안긴 아기들은 유아방에서 미사에 참석하는데 요즘에는 아기들이 부쩍 늘어 유아방이 좁을 정도다. 좀 더 쾌적하면서도 아늑하고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운 유아방을 꾸며 주기 위해 신자들과 함께 고민 중이다.나는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준 후, 언제나 유아방에 들어가 꼬마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눈다. 엄마의 품에 안겨오는 아기, 기어서 오는 아기, 뒤뚱 거리며 오는 아기, 달려오는 아기들의 해맑은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처음에는 아기들이 낯가림을 했지만 이제는 친한 사이가 되어서 서로 그리워한다.그 가운데서 아직 두 살도 채 되지 않은 스텔라는 낯가림이 심해서 가족 이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안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기가 나에게는 주저하지 않고 다가와 잘 안기곤 한다. 그냥 안길 뿐 만 아니라 작은 손으로 내 목을 감싸 안아 주기까지 한다. 부모와 가족들은 스텔라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매우 신기해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스텔라가 사람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칭찬해줬다.우리 성당에서 아기들을 안으면 구세주를 안고서 감격에 겨워하던 시메온 예언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메온 예언자처럼 내 머리카락도 어느새 반백으로 변했고 눈도 침침하여 안경을 쓰지 않고서는 대상을 뚜렷이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내 품에 안긴 아기들의 무게만큼은 여전히 잘 느낄 수 있다. 작고 연약한 아기지만 그 안에 담겨진 생명은 결코 작거나 약하지 않음을 잘 안다. 한 소중한 생명이 지금 내 팔에 안겨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놀랍게 여겨진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11일, 정웅모 신부(서울 장안동본당 주임)]

(원본 : http://www.wga.hu/art/r/rembrand/14biblic/68newtes.jpg)   

(출처-http://info.catholic.or.kr/pds/album/read.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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